1989년 2월 122호

교황과 교종

교회용어연구회

한국사목연구소 교희용어연구회에서는 19년 상반기부터 교회내에서 혼용되거나 그 의미가 모호하여 사용에 혼란을·가져오는 교회 용어들을 정리하고 교회 용어의 토착화 작업을 앞당기기 위하여 이 연구를시작하였다. 지난호(121호)부터 교회용어 난에 게재되는 온 1차 작업올 거쳐 마련된.시안이다. 이 시안에 대하여 또는 교회 용어들에 대하여 의견이 있으신 분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한국사목연구소로 의견을 보내 주시면 교회 용어의 바 른 사용과 토착화 작업에 큰 도움이 되겠다. 많은 의견을 부탁드린다.


로마 주교인 PAPA(SUMMUS PONTIFEX)를 우리 말로 옮긴 것들로, 금세기 초엽까지는 '교화황'(敎化皇)이라고 하였다, 1915년경부터 !교화황' '교황', '교종'이 혼용되다가  '교화황'이라는 용어는 사라지고,1920년대부터 '교황’은 일반 용어로 정착되었으며,'교종'은 한때 주로 기도문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의 미사경본이나 천주성교공과에서도 '교황'과 '교종'은 그대로 혼용 되었다, 그러나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는 기도문에서 마저 교종。이라는 용어는 사라지고,'교황'으로 통일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두 가지 용어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는 다음과 같다.



1. 교황(貌皇) .



'교화황'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교황'으로 변천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교황 비오 10세의 서거 및 교황 베네딕도 15세의 즉위에 관한 경향잡지의 보도(1914년 8월 31일자 및 11월 I5일자 등)를 보면, 한 기사에서 '교화황'과 '교황'이 아무런 구별 없이 혼용되기 시작한 것이다(이 기사에서 '교종’이라는 용어도 드물게 쓰이기는 하였다).



이와는 달리,당시 일본 사회에서는 '천황’에 대한 하위 개념으로 로마 주교인 PAPA 를 4법왕'(法王)이라고 지칭하자 일본 교회가 여기에 반발하아 '교황’(敎皇)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어떻든 한국에서는 '교황’이라는 말이 거의.한 세기에 가깝게 쓰여진 것으로, 일본파는 달리 교회안에서 만이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천주교회에서 가장 높은 성직자”라는 뜻으로 정착되어 아무런 거부감도 없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 용어 이다, .



한편,‘교황’이라는 용어는 군림하는 황제를 연상케 하고 권세나 명예를 드러 낼 뿐 봉사직이라는 종교적인 의미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2. 교종(敎宗)



교회의 으뜸 또는 근본이라는 뜻으로 예부터 공과책을 비롯 여러 기도문에서 '교종'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왔으며, 중국에서도 '교종’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가 중국을 거쳐 전래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일제 시대에 생겨난 말로 봉건군주적 이미지를 지닌 '교황’보다는 종교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교종’이라는 용어를 다시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3. 결론



이 두 용어에 대한 비판을 위해서는 먼저 한자의 ‘황’(皇)과 '종’(宗)이 지닌 의 미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황(皇)자는 임금이라는 뜻 이외에도 크다,훌륭하다,바르다, 엄숙하다는뜻을 지니고 있다.



'종’(宗)자는 근본,으뜸이라는 뜻 이외에도 높음,일가, 종묘,겨레, 갈레,우러러 받들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중국의 황제나 우리 나라 임금들에 대한 칭호 도 사용되었다. ㅣ



따라서 한자의 의미나 어원을 살펴볼때 이두가지 용어 모두 군주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두 글자 모두 그 본래의 의미 때문에 어느 제도나 조직 사회의 최고인에게 붙여졌으며, 특히 임금이나 황제의 칭호 또는 신분을 드러내는데 사용되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지배자나 황제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에서 '교황’이라는 용어를 '교종’으로 변경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지고 만다. 그리고 '교황,이 일제 시대의 용어라서 중국의 용어인 '교종’으로 바꾸자는 이유 또 한 마찬가지이다(중국에서는 또한 교황청을 ‘교정’〈敎趙으로, 교황 대사를 '교정 대사敎廷ㅊ?라고 하는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만일 중국의 용어를 따라 교황을 ‘교종’으로 바꾸자면,이와 같은 관계 용어들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한자 용어 또한 나라마다 독자적으로 발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추측이 어느 정도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면,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저항에서 ‘교황'이라는 용어가 생겼으므로, 이 또한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 황'이과는 말은 일본의 교회 안에서만 사용될 뿐 일본 사회의 일반 용어는 지금도 '법왕’으로 사용되고 있다.



더구나 ‘교종'이라는 용어는 선종(禪宗)과 대비하여 불교의 한 종파를 일컫는 '교종’이라는 말과 크게 혼동될 염려마저 있다. 한국 불교계에서 이미 다른 의미로, 통용되고 있는 용어를 새삼스럽게 교황을 지칭하는 데에 사용한다는 것은 신중하게 고려하여야 할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우리 신자는 물론 비신자들도 '교황’을 ‘세속적 의미’의 황제나 통치자가 아니라 종교적 지도자로 이해하고 있고 또 그러한 뜻으로 이미 정착되었으므로 '교황'이라는 기존의 용어를 구태여 '교종'으로 바꿔야할이유는 없다고 본다. 또한 교황이라는 용어가 다소 군주적인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이 점은'교종'도 마찬가지다),바티칸 시국의 대표로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교회의 제도를 반드시 민주제로 인식하여야 할 필요는 없다. 교황직이 교회와 한 봉사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나,교회 제도의 가시적인 형태를 보아 '교황'이 라는 용어가 걸맞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