特輯 · 現代社會와 靑少年 1987년 7월호 (제 112호)

현대 청소년의 가치관

文 龍 麟 (韓國敎育開發院· 道德 · 經濟敎育室長)

1. 靑少年을 公平한 눈으로 바라보자

靑少年 問題는 어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제기되는 항구적인 문제거리였다. 6천여 년 전 이집트의 문헌에 이미 한 사제가 그 당시 청소년들의 버릇없음을 개탄하는 문구가 실려 있음이 발견된 바도 있다. 또한 지금으로부터 3백여 년 전 영국의 철학자인 존 로크(J. Locke) 역시 당시의 청소년들의 문제를 심각히 우려한 바 있다. 이러한 우려는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로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청소년에 대한 염려는 세대를 이어 무한히 계속될 현상이라고 봄이 옳을 것이다.

청소년 문제는 왜 항구적인 세대간의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가? 청소년들은 왜 기성세대로부터 항상 우려의 눈총을 받아야 하는가? 그 까닭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곧 ‘價値觀의 差異’라 할 수 있겠다. 가치관이란 삶의 가치에 대한 평가 체제라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어떤 행동이 가치로운가?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 가? 다른 사람들과는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 인생의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이런 모든 문제들은 결국 가치관의 문제라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치관은 오랜 기간의 社會化 過程올 통해서 형성된다. 사회화 과정 속에는 社會的, 家庭的, 個人的 經驗의 질적 양적 측면이 모두 관련된다.

격동기인 1940~1960년대를 겪어온 기성세대의 사회적 경험은 1960년대 후반에 태어나서 1970~1980년대를 살아오고 있는 젊은 세대의 사회적 경험과 상당히 다르다. 10대와 20대에 6·25전쟁을 경험한 대다수 기성세대는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의 행동거지가 마음에 안들 때가 많다. 태어날 때부터 칼라 텔레비전에 익숙해 온 젊은 세대의 삶에 대한 감각은 10대나 20대 후반에서야 겨우 흑백 텔레비전을 구경하기 시작한 기성세대와 다르다. 衣食住의 생존조건이 위협받는 한계 상황 속에서 10대, 20대를 보낸 기성세대들에게 있어서는 ‘인생을 즐길 권리’를 주장하는 요즘 젊은이들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아마 마음에 안들기로 말하면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의 행동거지에 불만인 것이나,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의 행동거지에 불만인 것이나 모두 마찬가지일 듯 싶다. 그래서 어느 곳에도 편파적이지 않으려는 뜻에서 사회학자들은 世代差란 말을 쓴다. 어느 편의 잘잘못을 말하기보다는 그 차이를 中立的 관점에서 분석하려는 의도가 이 개념 속에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가치관’ ‘요즘 젊은이들의 의식구조’등등의 유행어 같은 표현 속에는 현대 청소년들의 價値觀과 行態를 否定的으로 보려는 의도가 짙게 배어 있다. 요새 젊은이들의 못된 점을 꼬집어 내보자는 어른들만의 ‘세미나주제’로 자주 사용되는 게 바로 이런 표현들이 아니던가?

청소년들의 가치관과 의식구조가 성인들의 그것과 다르다고 하여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며,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생겨나는 갈등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청소년들에게만 묻는 것 또한 공평하지 못하다. 목청을 돋구어 오늘날 청소년들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고발하는 내용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것은 대다수 價値志向性의 차이에서 연유한다. 예컨대,나이든 사람에 대한 공경과 우대가 기성세대에게 있어서 보편적인 도덕율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젊은 세대에게 있어서는 개인적 취향의 문제로 보일 수 있다. 사과와 배에 대한 기호나 바둑이나 음악에 대한 취미가 개인적 취향이듯 윗 사람에 대한 공경과 우대 역시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다.

기성세대와 다른 가치지향성을 지닌다고 하여 비난만 받고 있는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보면 성인들의 요구는 허황되고, 맹목적이고,비합리적이며, 비적응적일 경우가 많다.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만 쫓아 하다 보면 '애늙은이'는 될지언정 젊은 세대다운 독특성은 향유하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청소년 세대와 기성세대는 본질적으로 禱型과 破型의 묘한 긴장관계를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을 자기들의 모습으로 禱型하려는 의도를 갖는다. 자기들의 표준에 걸맞는 모습으로 판찍어 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의 모습으로 판찍혀지기를 거부한다. 오히려 기존의 定型을 깨려는〔破〕의도까지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역사의 점진적은 진보는 아마도 청소년들의 이러한 拒否意識과 破型의 논리에서 근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청소년의 가치지향성과 가치관에 대한 논의는 우려와 불안, 그리고 불만의 눈초리로 바라보기보다는 기성세대가 안주해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개선의 요구일 것이라는 긍정과 환영의 눈빛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다. 청소년들과 기성세대 사이의 가치관의 차이를 공평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의 소위 ‘청소년문제’가 사실은 그들만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성인들의 책임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대다수의 청소년 문제들은 청소년들의 가치지향 행동이 기성세대에 의해서 수용되지 못할 때 생겨난 부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가치 갈등의 부산물로서의 청소년 문제 행동을 토대로 청소년의 전반적인 가치지향성을 짐작해 버리려는 잘못된 관습에 젖어왔다. 청소년들의 문제 행동은 그들의 가치관의 직접적인 반영이 아니라 그들의 가치지향성 이 성인들의 가치관에 의해서 억압되거나 좌절될 때 생겨나는것이다. 그러므로 사건이나 실례로 제시되는 청소년의 문제 사례로서 오늘날의 젊은 이들의 가치관을 유추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다만 폭증하는 청소년 非行의 건수와 청소년의 粗暴化 현상을 통해서 우리는 세대간의 가치관 차이의 심화를 추측할 수 있으며, 이 차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현명하게 해소시킬 지혜를 우리 사회, 특히 기성세대가 구비하고 있지 못함을 추측할 수 있다. 이제 간단히 우리 청소년들의 가치지향성을 기성세대의 그것과 대비 시켜보고 그 형성의 배경 및 기성세대와외 가치 갈등의 문제와 갈등해소를 위한 방법들을 논의해 보기로 한다.

2. 靑少年의 價値志向性은 健全하다

1980년 이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價値意識을 비교적 광범위하게 조사한 연구로는 이재창 외(1983) 그리고 정원식 외(1995)의 두 보고서가 있다. 이들은 각각 2천6백명과 1만2백80여 명에 이르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여 이들의 가치지향성을 조사하였다. 이 연구들의 결론에 따르면 현대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가치관은 대체로 건전하다.

이재창 외(1983)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의식구조는 비교적 健全하고, 肯定的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가치를 전체적으로 보면 물질보다는 人間,실리보다는 名分, 便法보다는 正當함, 안정보다는 變化, 귀속보다는 業績志向的 가치성향을 보이고 있어 적어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가치지향성만은 비교적 건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몇몇의 선행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 (p. 217).

아울러 이 연구에서는 청소년들이 그 자신에 대하여 상당히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즉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자기 자신들이 개방적, 자유주의적, 이성적, 개성적, 현실적, 그리고 진취적이라고 보는 성향이 강했고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높았다. 예컨대 노력만 하면 자기가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일들을 이루어낼 수 있으리라는 樂觀的思考를 하고 있었다.

한편 정원식 외(1985)의 연구에서도 우리나라 청소년의 건전성은 다시 확인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전체적으로 보아 合理主義的 가치를 지니고 있으나,다소간 보수적이고. 개인보다 집합주의, 비물질주의적 가치에 가까운 경향을 보이고 있다…정치, 사회, 교육 영역에서는 進步主義的 경향을 나타내고 있으나, 윤리 영역에서는 지극히 保守的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교육,정치, 경제 영역에서는 합리주의적 경향이 대단히 높으나 사회, 문화 영역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개인주의보다는 集合主義的 경향이 약간 높은 것으로 집약된다. 사회 영역에 서는 물질주의적 경향이 강하나 윤리 영역에서는 비물질주의적 경향이 뚜렷하다.”(pp.126ㅡ127).

그밖에도 이 연구에서는 청소년들의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노력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응답자의 90%에 이르고 있으며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린다”는 문항에도 76%가 “그렇다”고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청소년들의 건전한 가치지향성은 명목상, 또는 理想的 가치에 대한 회구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즉 “현실에 구애되지 않 고 이상적으로 볼 때 어떤 가치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청소년의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적으로 희구하는 가치와 현실적으로 그러한 가치의 실현이 가능하고 바람직한가에 대한 인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이상적 가치와 그 가치의 현실적 인식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다. 즉 “그 가치가 바람직하긴 하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그 가치를 지키기는 어렵다” 라는 가치의 二重性이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가 청소년들의 가치 갈등의 핵심적 요소라 볼 수 있다. 이하에서 이 갈등의 측면을 살펴보기로 한다.

3. 靑少年들의 現實 認識은 否定的이다

김동일(1986)은 한 연구에서 응답자 중의 3분의 1이 “우리 사회에서는 법대로 하다가는 손해본다”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했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 ‘법의 준수’를 가치롭게 여기는 것과 “실제로 법을 지키는 행동을 하면 좋은 결과가 오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법을 지키는 것이 원래 좋은 것이긴 하지만, 법을 지켜서 큰 손해가 올 것으로 예상되면 법 지키기를 망설이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니던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이 이 현실 세계에서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성인들은 청소년들에게 옳고 바르고 착하게 살도록 그토록 누누이 이야기해 오고 훈계해 왔지만, 청소년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기성세대들 자신들은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재창 외(1983)의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들은 기성세대를 폐쇄적,권위주의적, 이기적, 감각적, 획일적,순종적, 보수적이라고 본다. 즉 청소년들은 명목상으로는 인간주의, 正當主義,업적주의 등의 가치가 바람직한 것으로 생각은 하고 있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기위해서는 物質主義的,實利主義的,便法主義的,현상유지 위주의 安定主義的, 그리고 歸屬主義的 행동을 할 필요가 있음을 성인들의 행동을 통해서 감지하고 있다. 그들이 관념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현실적으로는 가치로울 수가 없다는 패러독스를 청소년들은 오늘날 이 사회 속에서 체험하고 있다. 물질주의와 편법(요령)주의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비율이 연령이 증가할수록 커진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의 말로 하는 훈계를 통해서가 아니라 기성세대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가치관과 태도를 습득함을 인지하게 된다. 정원식 외(1985)의 연구에서도 기성세대에 대한 청소년의 부정적 인식은 마찬가지이다. “성인은 공중 도덕을 잘 지키지 않는다“(80%) ”이기적이다”(52%), “언행이 불일치한다”(68%) 등의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성인 세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곧 “이상적 가치가 현실에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젊은이들의 현실 인식을 반영한다.

“오늘의 사회에서는 정직하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 또한 68%에 이른다. 청소년들은 현재 우리나라 사회를 옳고 바른 것이 그대로 통용되지 않는 왜곡된 사회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 현실 사회에서는 이상적 가치가 지켜지기 어려우므로 요령이나 不正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는 청소년이 많다. 예컨대, 초·중·고·대학생 집단 모두에 있어서 “학교의 시험에서 부정행위(컨닝)를 한 적이 있다”에 70% 이상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직장에서 일을 쉽게 하기 위해서 규칙을 어기며 요령껏 한 적이 있다”에 65%의 청소년이 그렇다고 대답한다.

이상에서 보듯 청소년의 이상적, 관념적 가치지향성은 건전하다. 그러나 현실 사회는 이러한 가치가 통용되지 않는 왜곡된 사회라는 인식을 이들은 아울러 가지고 있다. 법을 존중하는 게 좋다고 믿으면서도, 법을 지키다 손해보는 현실을 목격하게 되고, 정직이 좋은 가치라고 말하지만 정직해서 손해보는 경험을 갖게 됨으로써 청소년들은 ‘價値의 二重構造’를 실감하게 된다. 이러한 이중구조는 청소년들에게 가치 혼란이라는 아노미 (anomie)의 소지를 마련해 주고, 상황적 조건에 따라 非行으로까지 연결 시켜 준다. 이하에서 그 과정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4. 靑少年이 아니라 成人둘이 問題다 청소년들의 이상적 가치에 대한 지향성은 순수하다. 진리, 정의, 아름다움, 성스러움에 대한 경의와 옹호는 청소년들에게서 가장 강렬하다. 사회는 청소년들의 이러한 순수한 정열을 고무하여 더욱 성숙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시켜 위축되게 하거나 왜곡되게 한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는 어느 편에 속하는가? 김동일(1986)이 지적하듯,우리나라는 기성세대 자신들이 가치의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주장하면서도, 자녀의 自主性 과 獨立性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본다. 법 질서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억울할 때 법에 호소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은 많지 않다. “사회발전을 위해서 개인이 어느 정도 희생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가난의 책임은 개인이 져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윤리의식 면에서도 그 이중성은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권력이 있는 사람은 법을 어 겨도 버젓이 잘 산다”(58%). “우리사회에서는 돈이면 안되는 일이 없다” (52%). “우리 사회에서는 성실한 사람보다는 수단이 좋은 사람이 출세한다”(62%). 이상의 응답 분포(김동일,1986)에서 보듯이 성인들 자신들이 현실에 적용되는 가치 규범과 이상적 가치 규범 사이세 괴리를 절감하고 있다.

성인들의 이와 같은 가치 이중성이 바로 청소년들의 이상적 가치와 현실적 가치 인식상의 괴리를 유발시켜 온 장본인이다. 혼자 외출하는 자녀들에게 길을 건널 때는 육교를 이용하라고 누누이 타이르면서도, 막상 같이 다닐 때에는 육교 밑을 위험스레 가로지르는 부모가 어디 한 둘인가? 정직하라고 가르치면서도 귀찮은 전화가 오면 집에 없다고 하라고 자녀들에게 말하는 부모가 또 어디 한 둘인가?

강신표(1986)는 이러한 이중성을 한국문화의 演劇ㅡ儀禮性이라고 지적한다. 즉 부모, 교사, 또는 公的인 책임자는 그 지위와 위치 때문에 “도덕적이고, 언제나 옳은 소리”를 하게 되는데 이는 연극ㅡ의례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정작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은 그 반대이기가 쉽다는 것이다. 성인들의 연극ㅡ의례성은 청소년들에 의해서 너무 쉽게 간파당한다. 이재창 외와 정원식 외의 연구에서 나타난 성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이를 웅변하지 않는가?

한편 교육학에서는 ?在的 敎育過程이란 말을 쓴다. 예컨대 학교에서는 표면적,또는 명시적으로는 옳고 바른 가치 규범을 내세우고 공식적으로 가르치고 있지만, 학교내에는 숨겨진 또는 잠재된 문화가 있어서 내세운 목표와는 다른 내용을 학생들이 학습하게 된다고 본다. 정직과 성실, 근면 등은 학교가 공식적으로 내걸고 있는 교육내용이지만, 成績 경쟁이 보편화된 우리나라의 학교 문화 속에서 학생들은 잠재적으로는 부정행위를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학교는 옳고 바른 것만을 가르치려고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 학생들은 그 학교를 통해서 욕도 배우고, 요령도 배우고, 폭력도 배운다. 공익을 내세우는 신문,방송, 잡지 등의 대중매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번지르하게 내세우는 명분과, 실제 시청자와 독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차이가 크다. 건전한 청소년의 育成을 표방하면서도 왜그렇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며 비도덕적인 글과 그림과 포스터를 아끼지 않고 지면과 바람벽에 써붙여 놓는가? “병주고 약준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사회는 앞에서는 “옳고 바르고 착하라”는 당부를 간곡히 하면서 돌아서서는 “그럴 필요 없이 대충대충 즐기며 살라”는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내놓고 있는 셈이다.

심리학의 연구에 의하면 대다수의 사회적 행동은 관찰과 모방에 의해서 학습된다. 관찰되는 사람이 어면 행동을 통해서 보상받는 것을 보여주면, 그 학습의 효과는 더욱 커진다고 한다. 또 권위를 가진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게 되는 경우 그 학습효과 또한 커진다. 규칙을 어겨서,공중도덕을 어겨서,법을 어겨서 이득을 보고 재미를 느꼈던 이야기를 자랑스레 떠들어대는 성인들을 자주 본다. 이것은 바로 청소년들에게 “그렇게 해보라”고 권유하는 바나 진배없다. 부모나 교사의 권위는 구체적 행동의 습득에 있어서는 그 자녀나 학생들에게 孔子나소크라테스의 권위를 능가한다. 이들의 이중적 가치 기준은 청소년들의 이중적 사고와 행동의 合理化 근거를 강화시켜 준다.

성인들에게 있어서 가치의 이중 구조는 일종의 적응 행동으로 간주되곤 한다. 간혹 ?善이라는 말로 질타되곤 하지만 실정법에 저촉되거나 크게 비도덕적이 아닌한 성인들끼리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한다. 그러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다르다. 부모, 교사, 그리고 사회는 그 자신들의 이중성에 관대한 만큼 청소년들의 이중성에는 관대하지 못하다. 청소년들 나름대로의 적응행동이 기성세대에 의해서 금지되고 있는 셈이다. 예컨대 아무리 청소년들이라고 하여도 항상 정직하게만 살 수 없다. 가끔씩 거짓말을 해서 궁지를 모면해야 할 상황도 있게 마련이다. 아무리 청소년이라고 하여도 부모,교사가 하라는대로 복종만 하면서 살수는 없다. 가끔씩은 정말로 복종만 하고 싶지 않은 때도 있게 마련이다. 性的인 호기심을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억누르기만 할 수는 없다. 요령껏 그 호기심을 만족시키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을 자녀로 또는 학생으로 다루고 있는 우리 모든 성인들은 그 스스로의 청소년 시절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조그만 잘못을 저지렀을 때 모른 체 눈감아 준 부모와선생님이 있었길래 큰 수치와 망신을 모면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자식들의 사소한 잘못을 못 참아주는 엄격하고 완고한 부모나 교사 아래서 청소년들은 숨이 막힌다. 엄격한 집안에서 오히려 더 큰 청소년 문제가 발생되는 드물지 않은 예를 자주 보지 않는가? 우리 성인들은 청소년의 여러 못마땅한 행동에 좀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그들이 스스로 깨달아 행동을 자제할 시간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공연히 미리 건드려서 문제아로, 비행자로 낙인찍지 말아야 한다.

5. 自由스럽고 眞筆한 對話가 必要하다

앞에서 인용한 이재창 외(1983)의 연구에서는 청소년들의 가치관 형성의 배경에 대해서 매우 중요한 시사를 준다. 이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의식구조는 그들의 주변 환경 즉, 가정,지역사회, 학교 환경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가정환경의 영향이 가장 크다. 환경은 다시 構造的 요인과 過程的 요인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과정적 요인이 청소년의 가치관 형성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가정,학교, 지역사회의 구조적 요인이란 예컨대 가족수,학생수, 조직체계, 부모의 생존 여부 등등을 말한다. 과정적 요인이란 조직체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구성원간의 상호 작용을 말한다. 예컨대 상벌체제, 부모나 교사의 가치관 유형, 조직의 풍토, 지역사회의 개방성이나 익명성 등이 이에 속한다.

이상의 논의는 결국 환경의 과정적 측면,즉 구성원간에 형성되어 있는 분위기의 질이 청소년들의 건전한 가치관 형성에 중요하다는 것이 된다. 다시 말하면 부모의 생존 여부, 식구수,교사 대 학생 비율,학교시설의 좋고 나쁨,도시와 시골 등등의 외형적 지표 그 자체가 청소년들의 가치 관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자녀에 대한 態度, 교사의 訓育方法 및 敎育哲學,지역사회의 청소년에 대한 配慮 등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볼때 청소년의 가치관이나 태도,또는 도덕성을 건전하게 계발시키는데 에는 자유스럽고 진지한 對舌가 중요하다.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 그리고 기성세대와 청소년 사이에 자유스럽고 진지한 대화가 가능하다면 건전한 가치의식은 제대로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자유스럽고 진지한 대화는 상호 信賴하고 아껴주는 愛情이 없이는 사실상 어렵다. 그런 점에서 학교와 사회환경 속에서는 자유스럽고 진지한 대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가정에서는 그래도 그런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가정은 애정관계를 그 기본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창 외의 연구에서 가정이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난 이유도 바로 이러한 가정의 본래적 애정관계 때문으로 생각된다.

가정에서의 부모는 그 자녀들이 학교로부터, 사회로부터 얻게 되는 스트레스와 갈등을 자연스럽게 털어놓고 이야기해 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그들의 대화 상대자가 되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대화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그 자신들을 제 3자적 입장에서 바라볼 기회를 주게 되어 사고의 지평을 확대시킨다. 또한 부모들은 자녀들의 고민과 갈등에 동참할 기회를 가지게 되고, 그로써 자녀들의 문제행동 예방에 효과적일 수가 있다. 그러나 비록 부모ㅡ자녀 간이라 하더라도 자유스럽고 진지한 대화는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은 훈련을 필요로 하며 습관화되어야 한다. 자녀들이 어릴 적부터 이런 대화에 습관이 들도록 부모 자신들이 집안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저녁 식사 후에 아버지는 아침 출근에서부터 퇴근해 오기까지 겪었던 일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엄마는 또 하루 중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보라. 아마 이런 것을 재미있게 듣고 난 꼬마들 역시 대화에 끼어들고 싶어하리라. 진정한 대화는 어느날 불쑥 담판하듯 모여 앉아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신뢰와 애정이 없이는, 더 정확하게는 상호간의 신뢰와 애정이 확인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스럽고 진지한 대화는 가능하지 않다.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만이 그 구성원으로 하여금 건전한 가치관과 태도를 형성하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구성원 상호간의 신뢰와 애정이 없으면 안된다. 학교와 사회에서는 그러한 신뢰와 애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가 기댈 유일의 언덕은 가정뿐이다. 가족간의 신뢰와 애정은 형성시키려 크게 애쓰지 않아도 될 자연스러운 것이다. 부모는 이 자연스러운 신뢰와 애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표현해야 한다. 청소년들로 하여금 성적 경쟁, 입시 경쟁으로 내몰아 출세하라고 강요하는 애정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適性을 찾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진지한 탐색과 준비에 몰두할 수 있도록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 보아줄 줄 아는 애정이어야 한다. ?

〔參考文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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